글 : 메인에이지
우리나라의 노년층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74세 노인인구를 전기고령 노인, 75세 이상을 후기고령 노인으로 구분할 때, 75세 이상 후기고령 노인인구의 고용률은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최근 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75세 이상 고용률은 17.9%로 비교 가능한 OECD 25개 회원국 가운데 1위였다. 우리나라 75세 노인 5명 중 1명꼴로 급여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75세 이상 고용률은 2위 멕시코(17.0%)보다도 1%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한국과 멕시코를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한 자릿수였다.
일본이 8.3%로 3위였고, 포르투갈(6.6%), 뉴질랜드(6.1%)가 4, 5위를 차지했다.
선진국일수록 75세 이상 고용률 낮아
유럽의 선진국일수록 75세 이상 고용률이 낮았다.
덴마크의 0%로 75세 이상 국민 중 일하는 노인이 거의 없었고, 프랑스는 0.5%, 벨기에 1.2%, 독일 1.8%였다. OECD 평균은 4.8%로 한국보다 13.1%포인트나 낮았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75세 이상 고용률은 13∼15%대였지만, 2012년 17%대로 뛰어오른 이후 19%대까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00년대 초중반까지 75세 이상 고용률에서 한국은 멕시코에 이어 2위였지만, 2011년 15.5%로 멕시코와 동률로 나란히 1위를 차지했고, 이후 우리나라가 오히려 앞서고 있다.
한국은 2012년 75세 이상 고용률 17.3%로 단독 1위에 오른 이후 2013년 18.1%, 2014년 19.2%에 이어 2015년까지 1위 자리를 지켰다.
연령대를 좀 더 낮춰 65세까지 확대해도 한국의 고용률은 OECD 상위권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0.6%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아이슬란드(38.7%)에 이어 2위였다. OECD 평균은 13.8%다.
일하는 노인, 활기차고 건강한 이미지노년층 고용률이 높은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인이 많다는 얘기도 되기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은퇴 없이 평생 현역으로 일하는 것이 미덕일 수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내놓은 ‘일하는 노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란 보고서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 중 2명(67.1%)이 일하는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특히, 50대가 가장 긍정적이었다. 응답자의 절반(47.8%) 가량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일하는 모습’으로 봤지만, 응답자의 24.5%는 ‘일하면서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 20.3%는 ‘일하면서 즐거워하고 만족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바꿔 말하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노인의 모습을 경계하면서도, 일하는 노인에 대해 활기차고 건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셈이다.
우울한 현실, 생계 위해 일한다는 증거
일하는 노인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과, 일하는 노인들의 현실은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하는 노인 대부분이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자리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노년층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일자리에 뛰어든다는 가장 유력한 증거는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노인빈곤율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8.8%로, OECD 평균 12.6%보다 4배 더 높았다.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 노년층의 연금수급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6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700만명 가운데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266만명(38%)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연금을 받는 노인들의 월 평균 수령액은 36만8000원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 10명 중 8명(78.6%)이 월 50만원 미만을 받았다. 월 100만원 이상 받는 경우는 100명 중 4명(3.83%)도 안됐다.
2016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55~79세)의 취업 동기 중 ‘생활비에 보탬이 되어서’ 항목은 2013년 32.8%에서 2015년에는 57.0%로 급증했다.
결국, 연금이나 복지 제도가 미성숙한 탓에 노후소득 기반이 부족한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얘기다.
고용의 질도 최악, 임시·노무직 최다
일하는 노인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최악의 상태인 고용의 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소득절벽에 부딪힌 노년층이 빈곤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강제로 노동시장에 나가는 탓에 열악한 일자리도 마다않고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임시직과 단기고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일하는 노년층의 임시직은 41.3%에 달한다. 게다가 4명 중 1명(25.3%)은 단기고용된 상태다. 반면, 미국의 65세 이상 노년층 고용율은 18%로, 우리나라(30.6%)보다 낮지만 임시직과 단기고용 비중은 각각 3.9%와 5.5%에 불과하다. 임시직과 단기고용 비중을 합친 비율에서 한국은 76.7%에 달하지만 미국은 9.4%에 그친다.
서울연구원이 2015년 서울시의 65세 이상 일하는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평균 근로시간은 하루 12.9시간이었고, 월평균 임금은 122만8000원이었다.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5457원으로, 당시 최저임금(5580원)보다 낮았다. 또 일자리의 85%가 경비와 청소 등 단순 노무직이었다.
기초연금 확대·현실적 지원책 시급
75세 이상이 돼도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장 기초연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10만~20만 원씩 차등 지급되던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30만원씩 차등 없이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저소득 노인에게 더 많은 기초연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지급 대상과 액수를 조정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일하는 노인을 현실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시급하다.
서울연구원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정책을 잘 몰라 이용 못하는 노인이 없도록 복지전달체계를 촘촘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인을 위한 직업교육을 확대하는 정책도 시급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용주가 노인 고용을 반길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채용에 있어서 연령을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할 경우 현실적인 불이익으로 제재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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