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단칸방에서 살다 지난해 11월 세종특별자치시 ‘밀마루 복지마을’(이하 밀마루마을)로 이주한 고영자(여‧70‧가명) 어르신. 그는 매일 아침 건물 2층 체력단련실에서 새로 사귄 이웃들과 밀마루마을에서 제공하는 요가교실에 참여한다. 이후 1층 식당으로 이동해 함께 사는 100여명의 이웃과 점심식사를 한다. 이어 텃밭에서 파를 비롯한 각종 야채를 돌본 고 어르신은 오후 1시부터 시니어댄스와 노래교실 등 각종 문화활동을 한다. 어두웠던 그의 하루가 활기차게 바뀐 건 주거공간과 복지관을 결합한 밀마루마을이 있어서 가능했다.
| |  | | | ▲ 1·2층엔 복지관을 3층 이상엔 주거공간을 배치한 세종시 밀마루 복지마을이 공공실버주택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자치위원회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
홀몸노인‧기초수급자 부부 입주… 임대료 4~6만원
복지사‧간호사 상주… 입주자 자치위 결성해 식당 운영
국토부, 2017년까지 16개 단지 1300가구 공급 예정
밀마루마을이 ‘공공실버주택’의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공공실버주택은 국토교통부가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주거복지혼합동 사업을 개선한 것으로 영구임대주택 단지 1개동의 1~2층은 복지시설, 3층 이상은 주거시설로 꾸민 건물을 말한다.
노인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주거공간에는 무장애시설‧응급 비상벨 등을 설치했으며, 복지공간에는 물리치료실, 24시간 돌봄 시설, 텃밭 등을 조성했다.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등이 상주하며 의료·건강관리, 식사‧목욕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토부는 현재 지자체로부터 공공실버주택 사업제안을 받아 연말까지 대상지를 선정하고 2017년까지 총 16개 단지 1300가구의 공공실버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 |  | | ▲ 밀마루 복지마을의 전경.| |  | | ▲ 물리치료실| |  | | | ▲ 사우나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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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비와 운영비는 지난 8월 SK그룹이 국토부에 내놓은 1000억원(건설비 800억원, 운영비 200억원)이 사용되며 여기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별도로 기부하는 50억원을 합해 동별로 10년간 연 3억여원의 운영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공공실버주택의 롤모델로 내세운 게 밀마루마을이다. 이곳은 세종시 건설에 따라 이주하게 된 이주민의 생활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건설됐다. 지난해 11월 세종시에 주소를 둔 만 65세 이상 무주택자 94세대가 26㎡(8평), 34㎡(10평)으로 나눠 입주를 완료했다. 입주자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 부부거나 홀몸노인으로, 이들의 어려운 형편을 감안해 일반관리비를 최소화 했으며 임대료도 4~6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계약은 공공임대주택처럼 2년마다 갱신해야 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대부분 재계약이 이뤄진다. 단, 몸에 심각한 병이 발생했을 경우 가족과 상의한 후 시의 협조를 받아 요양시설로 옮겨진다.
공공임대주택과의 차이는 1층과 2층이 사회복지관 시설로 구성되고 사회복지법인이 상주하며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세종시는 입주 전 복지시설을 운영할 사회복지법인을 공모했고 최종적으로 다년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세종중앙이 선정됐다.
세종중앙은 세종시로부터 연간 1억8000만원의 예산을 받아 노인대학에서 요가, 제과제빵, 미술치료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찜질방과 체력단련실을 운영하고 간호조무사가 수시로 어르신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복지시설을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따로 없다. 전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  | | | ▲ 비상시 대피를 위한 승강시설. |
또 사회복지사와 간호사가 퇴근하더라도 당직을 서는 경비에 의해서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상황이 전달되고, 직원들 대부분이 10분 이내 거리에 살고 있어 사실상 24시간 돌봄 체제로 운영된다.
밀마루 복지마을의 성공 사례가 주목받은 건 입주자 중 건강한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운영에 참여하면서 부터이다.
입주자들은 매달 1만원씩 걷어 평일 점식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자치위원회를 구성해 간호조무사의 도움을 받아 식단을 짜고 텃밭을 가꿔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다. 하지만 1만원씩 걷은 예산으로 매달 20끼 이상의 식단을 제공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에 사회복지사들의 도움으로 여러 단체를 통해 쌀과 김치 등을 후원받고 최근에는 입주자들이 직접 콩나물을 키워 식품매장에 납품하고 얻은 수익을 운영에 보태면서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입주자 박영임(여‧65) 씨는 “건강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면서 함께 식사도 하고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면서 “서로 가족처럼 가까워져서 하루하루 사는 맛이 난다”고 밝혔다. 입주자들은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좋은 점으로 심리적 안정을 꼽았다. 최신 시설과 각종 문화 활동을 하면서 삶의 질이 나아진데다 사회복지사와 간호사가 붙어 있어 조그만 일이 발생해도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마루마을 목영미 사무국장은 “혼자 살던 어르신들이 100명이라는 대가족이 생긴 것에 만족하며 처음보다 분위기도 훨씬 밝아졌고, 단지 내 정화활동에 나서며 주변을 조금씩 챙길 정도로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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