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찬훈 / 박사, <다시보는 일본, 일본인> 저자 2018-04-09
어느 사회나 이제 세대가 바뀌고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남자들도 육아나 간병에서 예외일 수가 없다. 대표적으로 일본 사회의 간병인 3명 중 1명이 남자간병인이다. 1991년 여성간병인은 244.2만에서 2011년 415.4만으로 1.7배 증가한 데 비해, 같은 시기 남자간병인은 112.3만에서 267.5만 명으로 2.38배 증가하여 남자간병인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2009년까지 간병살인사건 400건의 가해자 중 3/4이 남성인데, 그중 남편이 131명, 아들이 131명이다. 고령자 학대의 경우도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아들이 42.6%, 남편이 16.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남자간병인의 문제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구조적인 병폐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남자간병인. 일본 사회학자 가스가 키스요(春日キスよ)는 『간병을 여성과 같이 습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의지로 받아들인 것이 남성간병인의 약점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자기 의지가 아니고 바라지는 않았지만, 자신밖에 할 사람이 없어서 간병을 할 수밖에 없는 남성도 많다. 여성의 간병은 일상의 연속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남성의 간병은 지금까지 일상과 선을 긋는 「비일상화」를 의미한다. 즉, 지금까지 다녀온 직장은 물론 사회와의 접점이나 관계를 완전히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남성간병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배설물 치우기, 입욕, 청소, 식사, 환자 이동 등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삶과 간병이라는 생활과의 모순인 것이다. 그 지점에서 「간병우울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2000년 시작된 간병보험제도에서 가족책임주의가 가져온 문제점의 결과이기도 하다. 간병인이 동거하면 간병보험 서비스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환자를 시설에 보내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경제적 여력이 안되어 보내지 못하는 가족도 많다. 그런 경우에도 보험 서비스를 아예 못 받게 되는 것이다.
남성간병교실이 인기
남성에게 간병이 비일상적이고 어려우니까 간병 자체를 먼저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가르쳐주는 대표적 단체가 남성간병교실(http://otokonokaigo.com )이다. 이는 치과의사인 가와세 소우이치로(河瀬聡一朗)가 2014년 열어 지금까지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참가비는 500엔에서 1,000엔으로 강연이나 그룹토의, 실습 등의 교실인데, 매회 80~100여 명이 선착순으로 참여한다.
이 남성간병교실에서는, 우선 음식을 먹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 상호 실습으로 음식을 먹이는 방법 등을 지도한다. 또한 만약 가족이 쓰러지면 어떨지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던 중, 돌연 가족이 쓰러진다면, 특히 남자들은 당황한다. 구급차를 부르는 것부터,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누구에게 상담할지, 어떠한 수속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실습 형식으로 지도한다. 물론, 실제로 기저귀 교환이나 누운 자세 바꿔주기, 구강 케어와 같은 것을 실습해 보기도 한다. 자신의 간병 상태에 대한 위험신호를 체크할 수 있는 토론과 강의 등도 이 간병 교실의 중요한 존재 이유이다. 어쨌든 간병을 시작하는 초동 단계에서부터 자기 이외 남성간병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우선이다.
_구강케어 실습 장면>
남자간병인들, 자존심이 아주 중요
많은 남성간병인들이 괴롭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쇼핑이라고 한다. 팬티 등 여성용 상품을 카트에 가득 채워 여성들 사이를 비집고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여 참기 힘들다는 뜻이다. 또한 직장에 다니는 경우, 자신이 간병 중이라는 사실을 감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뿐더러 그 사실이 드러났을 때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숨기지 않아 오히려 성공적인 경우도 많다. 중고생 자녀가 있는 45세 한 남성은 뇌장애를 앓게 된 부인 간병을 시작했다. 그는 전체 종업원 18인의 회사를 다녔는데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간병 중 불가피하게 급히 귀가할 수밖에 없는 경우나, 곤란한 일들을 직장과 보건사 등에게 적극 이야기했다. 제한된 시간이지만 회사를 위해 성심껏 일을 했고, 회사도 융통성을 발휘해 성공적 간병이 가능했던 사례이다.
간병 중 이직의 문제는 간병 푸어로 연결되므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남성간병인은 대부분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일과 간병을 병행하지 못해 대다수가 이직의 길을 걷는다. 그들은 대체로 가난하고 고령이므로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 간병이 장기화되어 부담의 강도가 높아지니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외톨이(히키코모리, ひきこもり)나 집에 틀어박혀(도지코모리, とじこもり) 있는 고독한 생활이 계속되면 결국 정신적∙육체적 병으로 연결되어 간병 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을 서포트 하는 방법은, 돈이 크게 없는 경우에는 딸 중심으로 가족들이 돌보는 방법을 선택하든가, 여유가 되면 케어 비용으로 전문직을 고용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케어 커뮤니티」 형성
그럼, 남성간병인이 직면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고 있나?
일본에는 이미 남성간병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첨과 같이 수많은 단체가 조직되어 왔다. 남성간병인 스스로들이 고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만날 이바쇼(거처 또는 있을 곳, 居場所)를 만들고 거기서 강의도 듣고 활동하며 서로 연결되고 조직되어 온 것이다. 남성간병인들이 스스로 소위 「케어 커뮤니티」를 형성해 온 것이다.
그중 「남성간병자와 지원자의 전국네트워크(남성간병넷)」라는 조직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남성간병넷은 2009년 설립된 조직으로 2017년 현재까지 회원은 900명을 넘어섰고 체험기 모집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현재 제5집까지의 체험기를 발행해 왔다.
이들의 슬로건을 보면 일본의 남성간병인 문제와 해결 방향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말하자! 남자 간병/ 전하자! 나의 간병체험/ 넓히자! 간병 친구모임/ 바꾸자! 간병보험과 간병휴업/ 없애자! 간병퇴직과 간병사건
<사진출처: 남성간병넷 홈페이지 화면 캡쳐 https://dansei-kaigo.jp/>
지난 2010년부터 12년까지 쓰도메 마사토시(津止正敏) 교수 등은 남자간병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했다. 또한 지난 2010년 9월에서 12월에 남성간병인의 간병실태에 대해 조사를 했다. 남성간병넷 회원 14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남성간병넷이 발행하는 『남성간병인 100만 명에의 메시지』라는 체험수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간병인 지원단체와 모임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듣는 것」과 간병인 수기를 「쓰고 읽는 것」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이것은 매우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회와 단절된 남성간병인이 간병을 통해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된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가감 없이 간병감정을 토로하고,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그리고 수긍하는 사람들이 연결돼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확실히 실감하게 된다. 자신을 포함해 같은 입장의 사람에 대한 배려나 관심을 통하여 잃어버린 사회와의 접점과 연대감의 회복을 실감하는 장이 되는 것이다.
 <사진출처: 리쓰메이칸 대학 홈페이지 http://www.ritsumei.ac.jp/gsss/introduce/faculty-voice2016/detail06.html/쓰도메 마사토시 교수>
실제 도야마(富山)현 다카오카(高岡)시의「서포내비 다카오카(サポナビたかおか)」남성간병인모임「미야비(みやび)」를 운영하고 있는 히라오 다카시(平尾 隆)씨는 간병 경험담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간병자의 경험담은 간병하는 사람과 간병을 받는 사람과의 사이에 수십년 이상의 길게 이어진 심원하고 유일무이한 인생 그 자체이다. 단지 노하우나 비결이라는 가벼운 개념 아니고, 오히려 그들의 깊고 귀중한 이야기를 통해 간병자가 불안을 안고 있지만 건강하게 간병을 하고 있는 것, 일과의 양립에 고심하고 있는 것, 어쩔 수 없이 지역사회로부터의 고립되는 것을 사회 전체에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 있다.”
그는 61세이고 42세에 부인의 간병을 시작했고 44세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 후 스킬을 높여 59세에 풀타임 근무로 회사에 복귀했다. 간병인모임 미야비도 이끌고 있다. 아주 드물지만 성공적인 경우다.
<사진 출처 : 도야마 대학 홈페이지 http://www3.u-toyama.ac.jp/kyodoss/katsudo_cafe.html _미야비 대표 히라오 다카시씨가 가족간병에 대해 강연하는 모습>
6만개가 넘는 접촉(ふれあい·いきいき) 살롱들
2018년 현재, 일본에 접촉 살롱은 67,000개소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 중 고령자 대상 살롱이 80%를 넘는다. 당연히 고령자 간병인 3명 중 1명인 남자간병인도 이 살롱에 적극 참여한다. 살롱은 대부분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강의도 하는 고령자들의 「거처」이다. 퇴직 후 시니어들이 매일 들를 「거처」가 없으면 가정 내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살롱의 급속한 증가는 남자간병인들에게 같은 처지의 친구가 있는 「거처」에 가서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것 등의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도쿄 아라카와구의 남자간병인 모임 「오야지」에서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한 「남성간병인 살롱 M」의 경우도 그러하다. 이 「오야지」는 1994년부터 시작된 모임으로, 남자간병인 모임 중의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이다. 이 「살롱 M」 역시 곤란했던 일, 최근 변화한 것들을 말하고 듣는 것이 주된 활동이다. 짝수 달에는 월 1회, 저녁 여섯 시 정도부터 개최하는 모임인데, 일하면서 간병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주로 토요일에 개최되는 경우가 많다. 밤에 모여서 약간의 알코올로 푸념하거나 속마음을 드러내고 이야기할 수 있고 그것이 스트레스 해소로 이어진다.
<사진출처: 오야지회 홈페이지 http://www.arakawa-dansei-kaigo.jp/스터디 모임 사진>
간병인 중 일부는 여러 사정으로 밤에 나갈 수 없다던가 술을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자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홀수 달에는 제2 금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에 다과회를 개최한다. M의 의미는 Man, Men의 M. 그 밖에도 「무리하지 않는다」(無理しない), 「얼굴을 맞대고」(面と向かって) 등 다양한 해석을 담고 있다.
효고현(兵庫県) 히메지시(姫路市) 농촌 살롱인「N」도 하루의 프로그램을 보면, 일상 인사, 대화, 건강체조(눈 체조, 구강운동, 스트레칭, 웃기 체조 등), 노래 합창 등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가끔 특별행사도 기획하는데, 샤미센(일본전통악기, 三味線) 연주회, 보건사에 의한 간병 예방 강좌와 건강체조, 경찰관에 의한 교통안전 강좌, 요리교실, 크리스마스 파티 등이 실시된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케어 커뮤니티」
요컨대, 남성간병인 문제의 본질은 직장 등 사회와 갑작스럽게 단절된 남성간병인들을 어떻게 사회와 연결해 줄 것인가이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열쇠는 「케어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시설 직원들에게 「데이 서비스」를 받고 있는 고령자도, 그것이 부자유스럽고 흉금을 털어놓을 수 없는 상태를 힘들어하여, 살롱 등 케어 커뮤니티를 찾게 된다.
물론 가족책임주의라는 제도의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제도적 지원만으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간병 폭력과 살인 등을 해결할 수는 없다. 간병인이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게 되거나, 폭력 등을 휘두르게 되면 간병 받는 사람도 불행해진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케어 커뮤니티」의 형성이며, 간병인들은 동료들과의 대화 및 실습을 통해 사회와 연결된다.
일본에서 케어 커뮤니티는 역시 자발적으로 형성되어 왔던 것이 특징이다. 물론 아주 초기에는 「전국사회복지협의회」라는 단체가 나서 추진했지만, 그 또한 비영리 민간조직이다. 케어 커뮤니티는 통반장, 아동위원, 보험, 의료, 교육기관 등의 참여와 협력 아래 지역주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청장년 때부터 국가와 지역사회의 봉사활동에 익숙한 일본 사회에서, 시니어들이 그 경험과 습관을 토대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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